

길이, 부피, 무게를 재는 기구 또는 단위를 총칭해서 도량형(度量衡)이라고 합니다. 길이를 재는 자는 도(度), 부피를 재는 되와 말, 홉은 량(量), 무게를 재는 저울과 저울추는 형(衡)에 해당합니다. 이들 도량형기들은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해 온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일찍이 조선시대 실학자인 유형원은 반계수록(磻溪隧錄)에서 “도량형은 누구나 항상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단(長短)이 있어서는 안되며 일정하게 된 후에는 거짓됨이 끼어들지 못하여 천하(天下)가 균평(均平)하여 진다”고 하였습니다. 통일된 도량형의 기준 제시와 유지는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안정과 질서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달의 유물인 ‘명문 홉’은 작은 분량의 부피를 잴 때 사용했던 용기입니다. 통나무의 속을 파서 손잡이까지 일체형으로 만든 홉으로 한쪽에는 길쭉한 원통형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18×7×5.5cm이며 손잡이에는 지름 1.5cm의 구멍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한 면에는 ‘高五合’ 다른 한 면에는 ‘平三合’이란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고봉으로 할 때는 5홉, 평목(平木)으로 평평하게 깎으면 3홉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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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목(平木)으로 평평하게 깎은 모습 | ‘평삽홉(平三合)’ 명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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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으로 올린 모습 | ‘고오홉(高五合)’ 명문 |
홉은 한 줌의 양으로, ‘합한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홉은 되의 10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10작(勺)이며 약 180ml 정도입니다. 주로 조, 깨 등 조그마한 곡물을 재는 데 사용했습니다. 10홉이면 1되[升], 10되면 1말[斗], 10말이면 1곡(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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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홉(5작)과 1홉 | 다양한 형태의 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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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되(盖井洞 李監察宅) | 원통형 말 |
우리 박물관에는 약 800여 점에 달하는 많은 도량형기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전국을 조사하고 발굴하면서 시골 농가에서 수집한 것들로 우리 박물관의 꾸준한 유물 수집의 노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박물관 소장 다양한 도량형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