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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 활옷(전통 여성 혼례복)
분류 2023년
작성자 학예연구실 염창석
날짜 2023.04.28 (최종수정 : 2023.11.02)
조회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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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66, 창덕궁에 있던 구 왕실재산관리처에 발생한 의문의 화재로 안타깝게도 그곳에 소장되어 있던 활옷이 거의 불타고 활옷의 앞길 조각만 남게 되었습니다.

석주선박사는 화재가 발생하기 1년 전인 19596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지도하던 제자들과 창덕궁에 소장된 활옷의 복제품을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활옷 복제품 앞길의 안쪽에는 작업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과 뒷길 안쪽에는 ‘1955 石宙善古典衣裳硏究所藏를 자수해 이 활옷이 복제품임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화재 수습 후 석주선 박사는 활옷을 복제했던 인연으로 창덕궁 관계자로부터 불타고 남은 활옷 조각을 양도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불에 타버린 조각은 원래의 형태와 색상을 잃어버렸지만, 역사의 흔적으로 간직되어있습니다.




창덕궁 화재 시 타고 남은 활옷 조각


196067일 구황실재산관리총국의 화재 사건을 전하는 동아일보기사.

(출처:https://weekly.donga.com/List/3/all/11/80459/1)


1959석주선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제작한 창덕궁의 활옷 복제품()


1959년 故 석주선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제작한 창덕궁의 활옷 복제품(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입었던 예복의 한 종류로 왕실 여성의 혼례복인 홍장삼(紅長衫)과 같은 옷으로 추정됩니다. 19세기 말부터는 사대부가와 평민 여인들 모두 입는 예복이 되었습니다.

활옷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화의(花衣, 華衣)에서 기원한 것으로 크다는 뜻의 이 합쳐져 하옷할옷활옷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예식에 입는 큰 옷을 의미합니다.


 활옷의 가장 큰 특징은 의복 전체가 화려한 자수로 장식되었다는 점입니다. 앞 길이가 뒤보다 짧고 소매는 색동과 흰색의 한삼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또한 활옷의 색상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옷 전체의 색상인 홍색은 벽사와 길상을 의미하며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부복의 색상으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겉감의 홍색과 안의 청색은 음양의 조화를 뜻하며 소매의 색동은 화려함과 행운을, 그리고 백색의 한삼은 정숙함을 뜻합니다.

활옷의 앞길 아래에는 파도와 괴석을 배치하고 좌우에 봉황이 마주 보도록 수놓았습니다. 뒷길과 한삼에는 모란, 연꽃, 나비, 백로 등이 다채로운 색상으로 수놓아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문양들은 남녀의 사랑과 인연, 부귀와 다산 등을 상징하는데 결혼하는 두 남녀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앞길의 봉황과 모란, 뒷길의 연꽃과 백로, 나비와 모란 등 활옷의 다양한 문양




 우리나라의 풍습 중 섭성(攝盛)은 중요한 행사에 신분이나 품계에 관계 없이 최고의 옷을 입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민가에서도 활옷과 같은 궁중 예복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수로 복식 전체를 장식하는 활옷은 개인이 쉽게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에 대여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의(貸衣) 풍습은 조선 후기에는 관청에서 관리하다 19세기 이후에는 개인사업자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상점을 세물전(貰物廛)이라고 합니다. 세물전을 통해 예식에 필요한 옷과 치장구를 구할 수 있었기에 당시의 왕족이나 평민의 혼례식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활옷은 모든 계층의 여인들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아름다운 혼례를 치를 수 있었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복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물전 신문 광고(출처 : 매잀니보, 1933.9.25)덕흥사세물전 전경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재인용)




혼례날 신부의 머리나 화장이 닿아 생기는 오염을 방지하기위해 목선 뒷부분에는 

한지로 만든 복숭아 모양의 바대를 덧대고 한삼에도 한지를 덧대었다.


1990년대 초반 반가에서 착용했던 활옷으로 문양이 다소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현대에는 활옷을 결혼식 후 신랑 신부가 전통 혼례복을 입고 치르는 폐백에서 신부들이 입습니다. 새로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폐백은 신랑 신부가 자식을 많이 낳아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축복하는 의식입니다. 이러한 행사에 신부의 앞날에 대한 축복의 염원을 가득히 담고 있는 활옷은 신부가 입기에 더없이 적합한 옷입니다.




참고문헌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2009, 박물관 신축 개관 전시 도록

석주선(1975), ,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

권혜진(2009), 활옷의 역사와 조형성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인터넷 동아일보:https://weekly.donga.com

한국문화재재단(2021), 혼인-의복에 담긴 사랑, 전통 혼례복 활옷월간문화재 가을호-사랑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