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이댕기
전통 머리 장식인 댕기는 머리카락이 흩어지지 않도록 묶거나 머리 모양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헝겊이나 끈 형태의 머리 장식품〔首飾品〕이다. 한자의 음을 빌려 ‘당지(唐只)’라 표기하였고, 한글로는 ‘당게’ ‘당기’ ‘당긔’ ‘단기’ 등으로 불렸다. 댕기는 머리를 단정하게 유지하는 실용적인 기능과 함께 머리 모양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적인 기능을 지녔다. 착용자의 신분과 연령, 머리 모양, 사용 목적과 의례의 성격에 따라 색상과 재료를 달리하였으며, 장식 문양에는 장수·다복·부귀·자손 번창 등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기도 하였다.
이처럼 댕기는 용도와 착용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며, 그 가운데 고이댕기는 대표적인 예장용(禮裝用) 댕기이다.
고이댕기는 조선시대 이후 서북지역의 관서지방,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혼례나 회갑연 등의 의례에 사용된 예장용 댕기이다. 일반적인 댕기보다 길고 넓으며, 비단 바탕의 양 끝에 화려하고 정교한 자수를 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댕기는 길이가 247.5cm, 너비는 10cm 정도이며, 검은색 비단으로 만들었다. 댕기의 중앙 부분을 제외한 양쪽 끝에는 서로 다른 문양을 수놓았다. 한쪽에는 모란문을, 다른 쪽에는 소나무·대나무·사슴·학 등으로 구성된 십장생문을 배치하였다. 댕기를 반으로 접어 착용하면 두 가닥의 자수 문양이 각각 바깥쪽을 향하게 된다.
양 끝은 솜을 넣어 원통형으로 말아 뾰족하게 만들고, 그 위를 오색 견사로 수놓은 마름모꼴의 기하문으로 촘촘하게 장식하였다. 끝부분에는 산호와 진주를 달아 화려함을 더하였다. 또한 이 유물에는 작은 진주를 촘촘히 박아 만든 둥근 진주첩 한 쌍이 부착되어 있다.
 |
 |
| 19세기, 길이 247.5, 너비 10㎝ |
고이댕기 양쪽의 자수 문양- 십장생과 모란문 |

고이댕기의 끝부분- 솜을 넣어 원통형으로 말아 뾰족하게 만들고,
오색 견사로 기하문을 수놓은 뒤 산호와 진주로 장식하였다.

고이댕기에 부착된 진주첩.
뒷면의 끈 고리를 이용해 댕기에 연결하고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이댕기는 반으로 접어 비녀머리에 한두 번 감은 뒤, 양 끝을 어깨 앞으로 길게늘어뜨려 착용한다. 지름 약 10㎝의 원판에 진주를 촘촘히 박아 만든 한 쌍의 진주첩은 뒷면의 고리를 이용해 댕기에 부착하였다. 착용할 때에는 진주첩이 낭자머리 위에 놓이도록 위치를 조절하였다.
20세기 전반 평양의 혼례 사진에서도 고이댕기의 착용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박재덕과 석윤복의 혼례식(1942년) 사진에서 신부는 녹색 반회장저고리 위에 남색 털배자를 입었다. 머리에 커다란 대죽잠과 용잠을 꽂고 색색의 꽃과 보석, 모울사로 화려하게 장식한 족두리를 썼으며, 진주로 장식한 한 쌍의 진주첩을 쪽머리 위에 얹었다. 오색 견사로 수놓은 고이댕기는 비녀머리에 감아 양쪽 어깨 앞으로 길게 늘어뜨렸으며, 뒷머리에는 금박과 보석으로 장식한 도투락댕기를 달았다. 귀에는 귀고리를 착용하고 허리띠에는 은제 오작노리개를 탐스럽게 늘어뜨려 화려하게 성장(盛裝)하였다.
또한 사진 속 신부 석윤복과 네 명의 들러리들은 유사한 형태의 예복을 갖추어 입고 모두 고이댕기를 착용하였다. 들러리는 신부 측과 신랑 측에서 각각 두 명씩 참여하였으며, 갓 혼인한 새댁들로 구성되어 ‘새아씨들’이라 불렸다. 이들은 신부와 동일하게 족두리와 비녀, 진주첩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고이댕기를 길게 늘어뜨려 화려한 혼례 차림을 완성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평양 지방에서 신부뿐 아니라 들러리도 고이댕기를 갖춘 예복 차림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평양지방 혼례식 - 박재덕‧석윤복의 혼례(1942년)

신부 석윤복과 네 명의 들러리들- 신부와 같은 예복을 입고 모두 고이댕기를 착용한 모습이다.

이경찬‧김옥수의 혼례식(1900년대 초)
신부가 고이댕기를 비녀머리에 감아 어깨 앞으로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다.
이처럼 고이댕기는 서북지역, 특히 평양의 혼례와 회갑연 등에서 사용된 예장용 머리 장식이다. 길고 좁은 비단 바탕에 모란문과 십장생문을 화려하게 수놓고 진주와 산호로 장식한 형태는 착용자의 장수와 다복, 부귀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남아 있는 고이댕기 유물과 20세기 전반 평양의 혼례 사진을 함께 살펴보면, 댕기의 형태뿐 아니라 비녀·진주첩·족두리·도투락댕기 등 다른 머리 장식들과의 조합, 그리고 실제 착용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신부와 들러리가 함께 고이댕기를 착용한 모습은 당시 평양 지방의 독특한 혼례 풍속과 미의식을 보여준다. 고이댕기는 단순한 머리 장식을 넘어, 서북 지역 여성의 의례와 복식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2005), 『명선 하』,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단국대학교 부속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1998), 『북한지방의 전통복식‧개화이후 –해방전후』, 현암사.
국립민속박물관(2017), 『한국의식주생활사전:의생활 편』, 국립민속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댕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승현(2002), 「댕기에 관한 연구-댕기의 종류와 특징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