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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 작호도(鵲虎圖) - 세계를 매료시킨 까치호랑이
category 분류 2025년
person_book 작성자 학예연구실
date_range 날짜 2025.09.02
visibility 조회수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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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매료시킨 까치호랑이- 작호도(鵲虎圖)

  요즘 케이팝을 소재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뜨겁다. 케데헌의 OST골든이 미국 빌보드 차트 100’2주째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 자신도 믿기 어려운 일들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데몬헌터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작품 속에서 사자 보이즈의 정령으로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 호랑이와 까치 굿즈을 사려는 사람들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오픈런이 생기고 굿즈 품절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케데헌에서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의 전통 민화(民畵)인 작호도(鵲虎圖)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이다. 흔히 작호도혹은 호작도라고 불리는 까치호랑이 그림은 우리의 대표적인 민화이다. 민화는 이름 없는 떠돌이 화가들이 그린 그림으로 선비들이 엄숙하게 자신들의 이상향을 그림 속에 녹여냈던 것과 달리 백성들의 재치와 해학, 익살스러움이 담겨 있다.

  박물관에는 조선시대 작호도부터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린 현대 까치호랑이그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작호도, 조선 후기(19세기), 51.3×108cm

작호도, 조선 후기(19세기), 57×105cm

  작호도에서는 까치와 호랑이가 서로 짝을 이루며 등장한다. 까치는 소나무 위에서 호랑이 향해 지저귀고 있고 호랑이는 앞다리를 세우고 앉아 까치를 보거나 앞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까치는 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 반가운 손님기쁜 소식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이 친근하게 여겨 온 동물로 잡귀를 물리치는 신령스러운 수호신이자 무섭고 위엄있는 존재이다.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하여 호랑이는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 등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새해가 되면 용 그림과 함께 호랑이 그림을 벽에 붙여서 사악한 악귀를 물리치고자 했다. 호랑이와 까치가 주인공인 작호도에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즐거운 소식만 가득하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호도에 보이는 호랑이는 백수(百獸)의 우두머리로 용맹스럽고 위엄이 있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어수룩한 모습이다.

작호도, 조선(19세기), 65.7×48cm

  위의 그림에서 호랑이가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은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호랑이를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호랑이는 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바보스러운 표정과 어눌한 몸짓을 하고 있다. 호랑이의 상징인 날카로운 발톱은 숨겨져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는 구름에 반쯤 가린 해와 고귀함과 장수를 상징하는 학과 거북이가 배치되어 있다. 사물들의 인과관계와 원근법은 무시되고 있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표현이 친근감을 준다.

  작호도에 보이는 호랑이는 일반적으로 양반이나 권력자, 부패한 탐관오리를 상징하며 까치는 백성 즉 민초(民草)들을 상징한다. 호랑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백성을 억압하는 양반관료나 탐관오리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무서운 권력자도 사실은 웃음거리일 수 있다는 풍자, 그리고 일상에서의 두려움을 재치있게 풀어낸 것이다.


 

까치호랑이, 이영수 ,

 위의 까치호랑이는 우리 대학 동양화과에 재직하셨던 이영수 명예교수의 작품이다. 교내에 산재해 있던 미술품들이 2024년에 박물관으로 이관되면서 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다. 이영수 화백은 민화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민화전집시리즈를 발간할 정도로 민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진 분이다. 평생 우리 민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대중화하는 작업을 하셨다. 이영수 화백의 까치호랑이는 오방색과 오간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감과 단순화된 선으로 까치와 호랑이를 더욱 세련된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하였다.

  작호도는 단순히 재미있는 동물 그림을 넘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유머, 그리고 삶의 바람을 담아낸 한국 민화이다. 까치가 전해주는 기쁜 소식과 호랑이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통해, 옛사람들이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웃음을 만들어냈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전통 민화 속의 호랑이와 까치가 오늘날 매력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재탄생하면서 까치와 호랑이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케데헌의 까치호랑이 열풍을 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참고자료>

이영수 화백, "산수(傘壽) 앞둔 산수(山水)""민화 대가

https://www.kchannel.kr/news/articleView.html?idxno=62895

허균, 󰡔옛그림을 보는 법󰡕, 돌베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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